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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라코프는 인지과학을 통해 미국 정치의 모습을 새롭게 비춰줬습니다. 프레임 이론을 접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제대로 이해한 것은 처음입니다. 프레이밍이라는 용어 자체가 상당히 직관적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남발될 때마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받아들이기 쉽도록 쉬운 용어의 사용과 친절하게 예시를 든 설명이 많은, 미국 정치에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첫 에디션은 20년 전에 쓰였고, 개정판도 이제 벌써 10년이 되었는데, 참 긴 시간이면서도 사건으로 따져보았을 때 고작 20년 전이라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기마저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노동이 자산으로서 거래될 때 부르주아지로부터 프롤레타리아의 착취가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노동력은 가장 기본적인 재화입니다. 그런데 그 노동력에도 다른 값어치가 매겨지기에 가치가 높은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사람들은 돈을 주고 대학에 진학합니다. 조지 라코프는 학생들이 더 높은 학문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졸업장을 따서 조금이라도 더 가치 있는 노동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미국의 학비는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에게도 큰 타격을 주는 액수입니다. 한국에서도 학비는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허락받기 위해 돈을 내고 학벌주의에 수긍해야 하는 구조가 이상하다고는 늘 생각했습니다. 공교육의 붕괴는 우민화입니다. 미국의 투표 제도를 보았을 때 이것이 의도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에 극구 동의합니다.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면 미국에서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이민자의 나라라지만 “굴러온 돌”과도 같은 새로운 이민자들을 오래된 이민자들이 두려워하는 셈입니다. 정착할 커뮤니티가 없거나 낙후된 커뮤니티에 속해야만 하는 새로운 이민자들은 시민권을 얻더라도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다음 세대가 힘을 가지도록 키워낼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막혀있으며, 이는 인종 분리가 여전히 우세함과 직결됩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인구가 주를 이루는 지역은 대개 열악한 환경이 고의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조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믿기로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은 본능이며, 자연적으로 인간 개인은 매우 약하며, 강자도 약자(어린이)로부터 시작해 약자(노인)으로 끝납니다. 그러므로 인간 사회에서 강자가 약자를 돌보고 강자가 된 약자가 약자가 된 강자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데 보수 진영의 도덕은 그 반대를 주장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미국에서 특히나 동성 결혼이 빠른 속도로 받아들여진 것은 자본주의적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사업은 돈이 됩니다. 책에서도 “~often with a buildup of ~ engagement, a shower, wedding plans, rituals, invitations, a bridal gown, bridesmaids, families coming together, vows, and a honeymoon(98p)” 라고 나오듯이 결혼이라는 행위 하나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소비는 가지수도 금액도 쉽게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사랑이나 자유 같은 신성시되는 개념들의 영향도 강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섹슈얼리티가 잘 팔리는 상품이 된다는 점이 기여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스몰 웨딩이나 아예 식을 올리지 않는 트렌드가 강합니다. 결혼은 의무적이거나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의 일종으로 자주 선전되곤 합니다. 보편적인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동성 결혼을 “허용”할 “필요성”을 설득하기에는 부적합한 양상입니다. 


한국어로 동성애는 누구나 하나같이 같을 동, 성 성, 사랑 애를 사용하는데, 미국 보수파들은 욕설인 homo와 성교의 이미지를 부르는 sex가 들어간 homosexual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동성애라는 단어를 한글 내에서 리프레이밍할 수 있을까요? Love wins all이라는 슬로건을 두고도 싸움은 벌어집니다. 성별이나 성별에 따라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보편성을 사랑이 이긴다(overrule)는 의미의 이 문구가 한국 사회로 들어올 때는 문화적 컨텍스트를 잃어버린 채 두루뭉슬한 어감만을 지켰습니다. 그러자 사랑이 이기는 대상은 확장되었습니다.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사랑이 이긴다는 합의된 맥락이 사라지고 경제적인 배경, 단순하고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들 혹은 all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는 아가페적인 사랑에 반하는 것들을 지칭하는 듯 의미는 와해되고 슬로건은 글귀로 전락합니다.


더불어, 미국에서는 first amendment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이 매우 강하게 각인되어 있지만, 한국의 정서는 그와 다릅니다. 그렇다면 다른 프레이밍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았으나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질 만한 근본이 될 개념이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해 어떤 프레임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아직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인권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때, 인권의 수호자들은 화가 난 상태로 출발하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장을 하는 보수 진영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고, 탈출은 지능순이라거나 모르면 외우라는 말만 반복하게 됩니다. 반대로 단단히 다져진 안정적인 도덕적 기반을 대뜸 공격받는 보수 진영에서도 방어를 위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여기서 evil, angry, irresponsible liberal의 이미지가 실현됩니다. 진보 진영은 너무나도 다양한 주장을 펼치며 통합하지 못하고, 기업의 자본 중시에 반하는 동시에 비싼 음료를 사 마시며 촐랑촐랑 산책이나 하고, 개인의 기분 중시가 자유이자 인권이라는 미시적 시각으로 계속 화만 내는 어리광쟁이들의 집단으로 변모합니다.


권선징악은 익숙한 메시지입니다. 간단명료한 선악의 구분은 삼키기 쉽고, 그를 넘어 매혹적이기까지 합니다. 복잡한 문제에 있어 깔끔한 답을 제시해주기 때문입니다. “적”을 절대악으로 상정하면 공격과 혐오는 정당한 보호가 됩니다. 양심의 가책을 제거하고 그 이상의 정의감을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장치가 되어줍니다.


미국의 미디어를 보면 영웅적 서사가 많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와 만화에는 정치적 메세징이 이미 강하게 내포되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KKK를 약화시키고 더 나아가 망하게 만든 것은 1946년의 슈퍼맨 만화였습니다. 슈퍼맨은 가장 미국적이고 가장 도덕적인 슈퍼히어로의 으뜸이고, 그가 대적하는 적은 무조건적인 악이며, 동시에 매우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세계 정복 계획을 가진 악당으로 그려졌습니다. 슈퍼맨이 KKK를 무찌르는 만화를 보고 아이들은 KKK를 조롱하는 놀이를 하기 시작했고, 실제 KKK의 멤버들 중 대다수가 그 후로 클랜을 탈퇴하게 됩니다. 여론 또한 KKK를 광대 집단이라고 여기기 시작하며 KKK는 몰락하게 됩니다. 이처럼 직선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슈퍼맨의 적이 절대악임과 동시에 어린아이와도 같아 가르침을 받아야 하고, 한없이 나약하게 그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적은 악당이라는 강력하고도 명쾌한 메시지가 미국 시민들에게는 각인되어 있습니다. 동유럽, 중동 세계, 아시아, 심지어는 서유럽마저 미국에게 대적할 시 따끔하게 혼쭐내줘야 하는 하위 국가가 됩니다. 북유럽이나 아프리카는 위협이 될 가능성마저 없기에 존재하지 않는 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공감하는 것에는 품이 듭니다. 제 1세계 시민으로서 동정하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동정심이 강한 진보 진영의 운동가들은 공감 능력에 호소하며 내부의 자본을 잘게 나눠 행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호소해봤자 듣지 않는 보수 진영은 배불리 먹고 군사 무기를 개발하고 판매하고 전쟁을 지원합니다. 성공적으로 자본을 불리는 것이 도덕이기 때문에 도덕성이나 인간성에 호소하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조지 라코프가 쉽게 악으로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무관심을 드러낸다고 적은 것에 뼈저리게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럽고, 악하고, 이해할 수 없으며 비탄에 빠진 국가를 악이라고 규정하는 것, 적대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뻔뻔하게 무지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선민사상을 내세우며 제 3세계를 인도하는 구세주의 이야기를 따라가서도 안 됩니다. 물론, 그런 걱정도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면 배부른 투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독후감은 제가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들을 나열한 것이라 전통적인 독후감과 비교하면 내용이 매우 산만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독서 후의 감상이 맞으며, 앞으로 조지 라코프의 다른 책이나, 여러 번 언급된 블로그의 글들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TfEkDqP34xo?si=2IbWuIZOnuxFK9K-

 

Goldenrod and the four H stone
미역취와 4-H 돌(*4-H: 미국의 청소년재단, 펀드레이징을 위해 판매하는 돌이 있다고 함)
The things I brought you
When I found out you had cancer of the bone
네가 골종양을 앓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내가 네게 가져다줬던 것들이지

Your father cried on the telephone
네 아버지는 수화기 너머에서 울었고
And he drove his car into the Navy yard
Just to prove that he was sorry
유감을 증명하기 위해
네이비 야드(*워싱턴의 지역명)까지 운전해왔지

In the morning, through the window shade
When the light pressed up against your shoulder blade
아침에, 창문의 가림막을 통해
네 날갯죽지에 빛이 들러붙었을 때
I could see what you were reading
난 네가 뭘 읽고 있었는지 볼 수 있었어

All the glory that the Lord has made
주님이 만든 모든 영광들
And the complications you could do without
When I kissed you on the mouth
그리고 내가 네 입술에 키스했을 때 생겨난
네게는 없는 편이 나았을 모든 복잡한 문제들(합병증들)
 
Tuesday night at the Bible study
화요일 밤, 성경 공부를 할 때
We lift our hands and pray over your body
But nothing ever happens
우리는 손을 들고 네 몸 위로 기도를 하지만
아무런 일도 영영 일어나지 않아

I remember, at Michael's house
나는 기억해, 마이클의 집에서,
In the living room when you kissed my neck
거실에서 네가 내 목덜미에 입맞췄고,
And I almost touched your blouse
나는 네 블라우스를 건드릴 뻔 했었지

In the morning, at the top of the stairs
아침에, 계단 맨 위에서
When your father found out what we did that night
그날 밤 우리가 뭘 했는지 너희 아버지가 알게 됐을 때
And you told me you were scared
너는 내게 두렵다고 말했었지

All the glory when you ran outside
With your shirt tucked in and your shoes untied
셔츠 끝을 하의에 끼워넣고 신발끈이 풀린 채
네가 바깥으로 뛰쳐나갔을 때의 모든 영광
And you told me not to follow you
너는 내게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었지

Sunday night, when I cleaned the house
I found the card where you wrote it out
With the pictures of your mother
일요일 밤, 내가 집을 치웠을 때
네 어머니의 사진들과 함께
네가 적어내린 카드를 발견했어

On the floor at the great divide
With my shirt tucked in and my shoes untied
I am crying in the bathroom
생사의 기로에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셔츠 끝을 하의에 끼워넣고 신발끈이 풀린 채
나는 화장실에서 울고 있어

In the morning, when you finally go
아침에, 네가 마침내 떠날 때
And the nurse runs in with her head hung low
간호사가 머리를 낮춘 채 뛰어들어오고
And the cardinal hits the window
홍관조가 유리창에 부딪히지
 
In the morning, in the winter shade
아침에, 겨울 그늘 속에서
On the first of March, on the holiday
3월의 첫날, 기념일에(*일리노이 주의 기념휴일인 Casimir Pulaski Day)
I thought I saw you breathing
나는 네가 숨을 쉬는 걸 봤다고 착각했어
 
All the glory that the Lord has made
주님이 만든 모든 영광들
And the complications when I see his face
In the morning, in the window
그리고 내가 아침에, 창문에서
그의 얼굴을 봤을 때 생겨난 복잡한 문제들

All the glory when he took our place
예수님이 우리 대신 죄를 짊어졌을 때의 모든 영광들
But he took my shoulders and he shook my face
그러나 그는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흔들었지
And he takes, and he takes, and he takes
그리고 그는 앗아가고, 앗아가고, 앗아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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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aKXCrogzfk?si=8GHkvRYGpuN9hfqZ

 
It's been a long, long time
Since I've memorized your face
네 얼굴을 외운 지는 아주, 아주 오래되었어
 
It's been four hours now
Since I've wandered through your place
네 집을 헤매이고 다닌 지도 이제 네 시간이 되었지
 
And when I sleep on your couch I feel very safe
네 소파에서 잘 때 나는 매우 안전하다고 느껴
And when you bring the blankets
I cover up my face
그리고 네가 이불을 가져오면
나는 얼굴을 가려버리지
 
I do
Love you
I do
Love you
그래, 너를 사랑해
그래, 너를 사랑해
 
And when you play guitar
I listen to the strings buzz
네가 기타를 칠 때면
나는 줄이 울리는 것에 귀를 기울여
The metal vibrates underneath your fingers
네 손가락 아래서 금속이 진동하지
 
And when you crochet
I feel mesmerized and proud
그리고 네가 뜨개질을 할 때면
나는 매료되고, 뿌듯함을 느껴
 
And I would say I love you
But saying it out loud is hard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겠지만
입 밖으로 내기는 어려워
So I won't say it at all
그래서 아예 말하지 않을 거야
And I won't stay very long
그리고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도 않을 거야
But you are the life I needed all along
하지만 너는 내가 늘 필요로 했던 삶이야
 
I think of you as my brother
난 너를 형제처럼 여겨
Although that sounds dumb
우습게 들리기는 하지만
And words are futile devices 
언어는 무용한 장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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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gumMOMHpns?si=-TDXXO8fh6PyFLn3

 

You were a phonograph, I was a kid
I sat with an ear close, just listening

너는 축음기였고 나는 어린아이였어

나는 귀를 기울여 듣기만 하며 앉아있었지


Was there when the rain tapped her way down your face
You were a miracle, I was just holdin' your space

나는 빗물이 네 얼굴을 두드리며 떨어질 때 그곳에 있었지

너는 기적이었고 나는 그저 네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었어


Well time has a way of throwing it all in your face
The past, she is haunted, the future is laced

그래, 시간은 모든 걸 갑작스럽게 코앞에 들이밀곤 하지

과거, 그녀는 유령이고 미래는 레이스 천이야


Heartbreak, you know, drives a big black car
I swear I was in the back seat, just minding my own

실연은 말이야, 크고 검은 차를 몰아

맹세컨데 나는 뒷자리에서 내 일이나 신경쓰고 있었지


And through the glass the corn crows come like rain
They won't stay, they won't stay for too long now

그리고 유리 너머로 까마귀들이 비처럼 날아드는구나

영원히 머물지는 않을 거야,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떠날 거야


This could be all that we know of love and all

이게 우리가 사랑같은 것들에 대해 아는 전부일 수도 있어


Well, you were a dancer and I was a rag
The song in my head, it was all that I had

그래, 너는 무용수였고 나는 거지였지

내 머릿속의 노래가 내가 가진 전부였어


Hope was a letter I never could send
Well, love was a country we couldn't defend

희망은 내가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였고

그래, 사랑은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나라였지


Through the carnival we watch them go round and round
All we knew of home was just a sunset and some clowns, ah-aah

우리는 카니발을 통해 그들이 돌고 도는 걸 구경해

우리가 집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노을과 몇 명의 광대들 뿐이었지


Well, you were a magazine, I was a Plain Jane

그래, 너는 잡지였고 나는 별볼일 없는 녀석이었어
Just walking the sidewalks and covered in rain

비에 젖은 채 인도를 따라 걸었지
Love to just get into some of your stories

네 이야기들 중 일부에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어


Me, all of my Plain Jane glory

나, 볼품없는 나의 모든 영광,
Just me and all of my Plain Jane glory

그저 나, 그리고 볼품없는 나의 모든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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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확고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음악은 인디 컨트리부터 일렉트로닉 하우스까지 듣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는 미피와 농담곰인데 라이터는 지포입니다. 영화는 라스 트리에부터 마블까지 다양하게 봅니다.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한 2년쯤 전입니다. 어릴 적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주던 액션이나 첩보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알았으므로 영화는 단순 오락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귀었던 사람은 공포영화를 좋아했습니다. 마더!(2017) 로우(2016), 지구를 지켜라!(2003) 등의 영화들을 함께 시청했는데, 이런 내용의 영화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외에는 없었습니다. 티탄(2021), 이웃집에 신이 산다(2015), (1985), 도그빌(2003) 등의 영화를 많게는 하루 편씩도 봤습니다. 그러나 연극을 보는 것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안똔 체홉의 바냐 삼촌이나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안지대, 그리고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의 작품들을 감상했습니다. 와즈디 무아와드의 화염을 직접 기회가 없었던 한인데, 대신 닭이라고 친구와 함께 대본 리딩을 했었습니다. 방음이 탁월하지는 못한 원룸에서 시몽이 나왈에게 온갖 상스러운 욕을 하는 것을 소리를 질러가며 몰입해 읽었습니다. 그러자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드니 빌뇌브의 그을린 사랑(2010)에서는 나왈의 비극이 드러나고. 와즈디 무아와드의 화염에서는 나왈의 사랑이 드러납니다. 물론, 화염은 직접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이므로 원작이 정말로 어떤지는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저는 나왈이었고 나왈은 악한 것마저도 사랑으로부터 태어났으니 오롯이 사랑할 있지 않겠냐 전합니다. 잔느와 시몽도 사랑으로부터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화염과 함께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번째인 연안지대는 익살스럽게 시작했습니다. “따르릉따르릉와보세요여보세요아버지가돌아가셨어요라며 구호를 외치는 , 또한 노래하는 윌프리드의 상황이 꿈이나 환각처럼 소개됩니다. 인물들도 익살스러운 톤이 가득하게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담하다 못해 관객을 끌어다 무릎을 꿇리고 총구를 들이밀듯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곳에도 사랑이 있습니다. 고되게 시체를 짊어지고 나르는 와중 윌프리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엿보고, 새로이 만난 친구들의 사랑을 느끼고, 시체가 온통 썩어 문드러지면 울면서 무너진 몸을 닦아드립니다. 화염이 어머니이고 여성의 불길이었으면 연안지대는 아버지이고 외로운 바다입니다. 극은 이렇게 끝납니다. “사랑과 고통 바로 너머에 기쁨과 눈물, 상실과 외침, 연안지대와 거대한 바다가 있지. 모든 앗아가고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끄는나를 이끌고, 이끌고, 이끌고, 나를 이끄는 거대한 바다가….”

바다보다는 근처에 살았던 저도 바다라면 좋아합니다. 보편성에서 벗어난 이상적인 장례에 대해 이야기했을 친구는 바다에 그대로 버려져서 해양생물에게 먹히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기왕 먹힌다면 산짐승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어릴 적에 바다가 보고 싶다고 졸라서 아버지께서 차를 타고 시간을 가서 한밤중에 바다에 도착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어두웠고 파도 소리가 컸습니다. 해변이 어디서 끝나고 물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아볼 없어서 무서웠습니다. 펑펑 우는 저를 두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곤란해하셨습니다. 부터일지, 혹은 전부터 그랬는지, 바다만 생각하면 갑갑하게 위장이 꼬인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더욱 좋아합니다.

산을 타고 용수철처럼 꼬인 길을 가다 보면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이 있었고, 어머니와 저는 차를 세워두고 두꺼비나 족제비의 사체를 주워다 묻어주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죽은 것이 두렵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살아서 뛰노는 것이 있다면 죽은 있는 것이 당연했고, 지네와 공벌레와 개미가 가죽을 뚫고 살을 파먹고 남은 것이 일반쓰레기 봉투에 담긴 휴지나 포장지 따위보다 깨끗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장례식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염한 시체를 적도 없습니다. 제게는 어쩌면 그게 무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있으면 싫어하는 있고, 사랑하는 것이 있으면 미워서 견딜 없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싫어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고 참을 없이 혐오하는 것은 비인간성입니다. 아직 머리가 뜨거울 나이니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전쟁이나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혹은 본모습일지도 모릅니다)에는 쉽게 분노해놓고 누가 맛있는 밥이라도 사주면 금방 웃고 떠듭니다. 강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데, 이렇게 두서없이 글에는 스스로 지적을 늘어놓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버스가 흔들리면 지팡이를 짚고도 서있는 힘들기 때문에 내심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짜증도 납니다. 의견이 맞지 않는 말을 면전에서 들으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나이가 되면 제가 지혜롭고 멋들어진 사람이 되어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자주 구질구질하기만 합니다. 원칙을 이해하면서도 저만 예외이고 싶은 얌체 같은 마음부터, 불리하면 규칙 따위는 지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반항적인 성향까지 전부 그렇습니다. 격려보다 자책이 잦지 않은가 생각해보았지만 자책하지 않는 삶이 자랑스럽기도 어려울 같습니다. 인간은 실수를 하지 않습니까. 잠시 돌이켜보고, 수치를 느끼고, 그로부터 달라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자신을 보듬기만 해서는 어리석은 년이나 보내야 두려워 오늘도 스스로에게는 심드렁합니다.